전략&통계

[기획자 칼럼] "주제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세요"

최영철 대리

2015.05.12

조회수 5384

장애인은 동정의 대상이 아닌 함께 하는 친구들입니다


우리 공모전의 캐치프레이즈는 장애인 고용을 위한 편한 일터 만들기이다. 장애인과 고용, 편한 일터, 어느 하나 쉽게 생각해오던 주제가 아니다. 이제껏 장애인이라고 하면 나와는 동떨어진 존재로 인식해 왔을 것이다.


지하철이나 거리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지체(휠체어)장애인이나 시각장애인 정도로 국한지어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규정하고 있는 16가지 장애 유형별로 면밀히 살펴보면 우리의 가족, 친구, 친척 중에 누군가는 장애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가족, 친구, 친척 중에 누군가는 장애인


또한 내가 장애인이 될 경우의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이렇게 장애인들은 타자로서 우리가 동정이나 배려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우리자신 또는 우리의 바로 옆에서 함께 지내며 살아가고 있는 친구들이다.


우리 공단에서는 이러한 장애인들이 근무하기 편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적극 지원하고 있다. 장애인들에게 있어 최선의 복지는 물질적인 지원 뿐 아니라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직업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일터 만들기와 자립 지원 노력


장애인들이 안정적인 직업생활을 위해서는 편안한 근무여건이 조성되어야 가능하다. 이러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환경, 건축물, 실내 공간 등과 일하는데 도움을 주는 제품, 가구, 보조기구 등의 모든 범주가 편한 일터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장애인이 생활하는 일터라 함은 공장을 비롯하여 공공기관, 업무시설, 미술관, 음식점 등 우리가 근무하고 있는 모든 공간이 동시에 장애인이 일하는 편한 일터가 될 수 있다.


이렇게 편한 일터 디자인은 장애인을 포함한 우리 모두가 활동의 불편함이 없이 등등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모든 디자인을 포괄한다.


휠체어 장애인이 층별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면, 시각장애인들이 손끝의 감각을 이용하여 공간을 쉽게 찾아갈 수 있다면, 청각장애인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제품을 만든다면 그것이 바로 편한 일터를 조성하기 위한 디자인이 될 것이다.


편한 일터를 조성하기 위한 디자인



올해 3회째를 맞는 편한일터 디자인 공모전에는 참신한 아이디어의 상용화 가능성이 있는 디자인이 다수 제출되었다. 이렇게 제출된 아이디어들 중에서 일부 실물제작을 통해 보조공학기기 박람회에 전시되기도 했다. 보조공학기기 박람회는 장애인의 생활에 도움을 주는 기기들을 전시, 판매하는 박람회이다.


이곳에 참여한 업체 중에서는 전시된 아이디어를 보고 제품화에 관한 문의를 하는 곳도 있었다. 이전까지는 협의 단계에서 그쳤지만 앞으로는 아이디어를 제품화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반면에 주제를 잘못 이해하거나 장애인과 관련된 부분을 기존 작품에 껴 맞춘 작품들이 다소 있어 아쉬움이 있었다. 사실 각 장애유형을 디자인에 적용하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장애에 관한 디테일한 분석과 정확한 이해를 통해 아이디어로 발전시킬만한 요소를 끌어낼 수가 있을 것이다.


장애에 관한 디테일한 분석과 정확한 이해


예를 들어 시각장애인을 대부분 전 맹일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이들 외에도 빛을 느낄 수 있거나 보장구 없이 혼자 활동 가능한 장애인도 있다. 그렇다면 빛을 이용한 공간이나 제품에 관한 제안이 가능할 것이다.


이렇게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통해 도출된 아이디어를 주어진 주제에 부합하게 발전시킨다면 그럴싸하게 포장된 디자인보다 다소 완성도가 떨어지더라도 더 높은 등급의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본 공모전의 가장 큰 목적은 좋은 아이디어를 통해 장애인이 일하기 편한 환경을 만들어 주려는 것도 있겠지만 이외에도 공모전에 참여하는 참가자들이 장애인에 대한 좀 더 정확히 이해를 통해 이들을 위한 디자인이 배려의 차원이 아니라 당연한 부분으로 생각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우리 공모전을 계기로 더불어 사는 삶, 함께하는 삶이란 그럴싸한 단어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인식 속에 자리하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