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통계

나 자신에게 맞는 삶의 속도를 찾아보세요

하경대 에디터

2015.06.01

조회수 8248

빠름과 느림의 미학

나 자신에게 맞는 삶의 속도를 찾아보세요

‘빨리빨리’는 한국인의 특성을 묘사하는 대표적 단어 중 하나입니다.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배우는 단어들 가운데 ‘빨리빨리’가 꼭 끼어 있는 것을 보면 우리가 이 말을 얼마나 자주 쓰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한국의 중요한 문화로 자리 잡은 빠름의 미학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 근면 성실한 한국인, 빛과 그림
‘빨리빨리’ 문화는 한국 전쟁 이후 근대화를 목표로 빠른 경제 성장을 추구해 온 국민 생활방식에서 고착화되었다는 게 정설입니다. 

그저 목표 달성이 지상과제이고 경제 성장에 대한 대외적 지표를 높이기 위해 ‘근면 성실한 한국인’은 꼭 필요했을 것이고, ‘빨리빨리’는 그렇게 하나의 미덕으로 받아들여지기에 이르렀습니다.

최근에는 초고속 인터넷과 초스피드를 추구하는 테크놀로지 시대와 관련해 한국인의 ‘빨리빨리’ 문화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전화 통화보다도 문자 메시지, SNS(Social Network Service)에 익숙한 이른바 ‘엄지족’ 세대들은 이제 스피드를 삶의 기반으로 하는 10대 문화를 대변하는 트렌드가 됐습니다.

생활 곳곳은 더 빠른 스피드 경쟁에 빠져듭니다. 은행 서비스도 은행에 직접 갈 필요 없이 길을 걸으면서 휴대폰으로 인터넷 뱅킹 서비스에 접속해 즉시 해치웁니다. 21세기의 ‘빨리빨리’ 문화는 이제 고쳐야 할 단점이 아니라 세계적인 경쟁력으로 추앙되고 있습니다.

사실 PC통신부터 양방향성 소통에 대한 폭발적인 잠재력을 분출해온 한국인은 급변하는 신기술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 적극적으로 변용하고 성취해 온 점도 각별합니다. 그 결과 한국은 제반 IT 인프라가 고도로 고루 발달한 세계 최고의 인터넷, 스마트폰 강국으로 발돋움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밥도 적당히 뜸을 들여야 맛있는 법. 시간을 충분히 들여서 해야 하는 일도 재빨리 해내야 인정받는 한국적 풍토는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되는 부작용으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이른바 ‘사고 공화국’의 오명도 어쩌면 빨리빨리 문화 때문입니다. 90년대 성수대교 사고와 삼풍백화점 사고 그리고 황우석 박사의 논문 조작 사건 등은 결국 급하게 결과를 만들려는 ‘빨리빨리’ 문화가 만들어낸 대표적인 예입니다.

빠른 시간 내에 일정한 성과만 거두면 된다는 결과와 성과 만능주의의 어두운 이면인 셈입니다.


● 결과중심 문화가 안고 있는 부작용 성찰
이런 결과중심의 빨리빨리 문화는 우리 삶과도 밀접한 관련을 이루고 있습니다. 가령 대학교에서 시험을 볼 때 부정행위, 흔히 말하는 ‘커닝’을 목격하지 않은 학생은 없을 것입니다.

뭐든지 빨리 좋은 성과를 내고 싶은 사회문화는 성과가 있다면 그 과정에서 어떤 비도덕성을 용인해도 좋다는 암묵적인 분위기를 양산해 내기 쉽습니다.

이외에 조급증 역시 또 다른 부정적 심리 증상으로 파생될 수 있기에 결코 가벼이 넘길 수 없습니다.

속도의 경쟁에서 낙오하게 되면 이 낙오자들은 심한 자괴감과 스트레스 등 우울증 증상을 보이게 되는데, 대한민국이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지표가 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대목입니다.  속도가 매우 중요하지만, 속도가 전부가 되는 사회는 모두 그 속도경쟁에 동참하도록 강요됩니다. ‘패스트푸드’와 ‘패스트 패션’은 그러한 속도경쟁이 낳은 산업화의 산물입니다.

확실히 오늘날 한국이 선진 강국 대열에 올라선 것은 이 속도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앞선 까닭이 큽니다. 하지만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사회는 쉽게 지치고 각박해지는 어두움 그림자도 함께 따라붙습니다.

‘빨리빨리’를 외치는 사람들의 삶에는 여유가 없습니다. 조급증의 이면에는 현재에 대한 불안감이 담겨 있습니다.


● 자기만의 속도 찾아 나서는 ‘다운 시프팅’
최근에는 ‘다운 시프팅’이 빠른 사회에 대한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것은 ‘빨리빨리’와 반대로, 무조건 ‘느리게’를 의미하기 보다는 지나치게 빨리 진행되는 사회문화의 지배적 흐름에 맞서 자기만의 속도를 찾자는 운동입니다.

실제로 각박한 삶을 피해 귀농을 하고 자신에게 맞는 삶을 스스로 개척해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예전에 비해 휴식시간을 늘이기 위해 여가, 레저 활동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입니다.

현재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는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하는 시대입니다. 아직도 희생을 감수해야할 만큼의 고속 성장이 필요한가에 대한 물음은 바쁜 현대 사회에 지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돌이켜 생각해 봤을 질문입니다.


빠름과 느림의 미학!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는, 20대 젊은이들에게 인생을 살아가는데 매우 중요한 가치관이 될 것입니다. 결국 내가 나 자신에게 맞는 삶의 속도를 찾는가에 답이 정해질 것입니다.

글_하경대 에디터

학업, 취업에 지친 독자들에게 에디터가 제안하는 효과적 다운 시프팅 방법!
1) 내가 좋아하는 나만의 동호회에 가입하여 활동해 보세요.
2)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은 아무 생각하지 말고 드라마, 영화를 감상해 보세요.
3) 무슨 일이든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기, 조금만 더 느긋하게 생각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