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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을 말한 광고에 뿔난 사장님들

정진영 전문기자

2015.02.13

조회수 14372

겨우내 가장 이슈가 된 광고를 꼽아보라면, 주저 없이 걸스데이 멤버 혜리가 출연한 ‘알바몬’ 텔레비전 광고라 하겠습니다.

알바몬 광고는 내용도, 형식도 단순한 광고입니다. 광고 자체만 놓고 보면 이렇게 논란이 된 것이 신기할 정도로 평범하지요. 혜리가 등장해 몇 가지 사실을 말하는 게 광고 내용의 전부입니다.

알바몬은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사이트입니다. 주 이용 계층이 아르바이트를 구하려는 사람들과 그들을 고용하려는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입니다.

알바 최저시급 알리는 광고 논란

해당 광고를 보고 알바본 사이트를 이용하게 되는 사람들이라면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이거나 일할 사람을 구하는 사람이거나 누구나 상관없이 알아야 할 기본 상식을 광고를 통해 소개하는 바람에 논란이 일었습니다. 
  
알바몬은 광고를 통해 법으로 정한 올해 최저시급이 5,580원이라는 것, 알바를 무시하는 사장님 밑에서는 근무하지 말라는 내용 등을 ‘최저시급 편’, ‘인격모독 편’, ‘야간수당 편’으로 소개합니다.



광고가 방영되고, 광고 내용에 반발하는 자영업자들이 모여 ‘사장몬’이라는 인터넷 카페를 개설해 해당 광고에서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을 악덕업주 취급했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지만, 결국 반대 여론에 부딪혀 개설한 지 한 달도 못된 가입자 200여 명이 있는 카페를 자진 폐쇄하는 해프닝으로 끝났습니다.

카페를 폐쇄하면서 운영자는 “알바몬 광고로 정직한 생계형 자영업자들마저 악덕업주로 매도되는 상황을 바로잡고자 카페를 개설했으나 이후 인터넷 여론이나 언론 모두 카페 개설을 최저시급조차 주기 싫은 생계형 자영업자들의 비열한 모습으로 묘사했다”라고 설명할 정도로 여론의 역풍이 작용했습니다.



논란이 된 중심에 자영업자들과 소상공인들이 만든 인터넷 카페가 있긴 하지만, 고용자 회원 200여 명의 반발을 소재로 뉴스거리가 되었다기보다는 최근 대한항공이나 백화점 모녀 등 갑질 논란 바람을 타고 갑질을 소재로 한 알바몬의 광고가 사회 분위기에 제대로 편승했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 같습니다.

알바몬의 이번 광고가 이런 부수적인 논란까지 예상해 만든 광고라면 단순한 내용과 형식으로 한 방 제대로 날린 홈런 광고이겠지요. 
 
사실 최저임금이 얼마인지, 야간수당이 얼마인지 등은 노동시장에 나오는 구직자들이 알아야 할 기본 중에 기본입니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알아야 하는 기본 상식을 광고를 통해 알린 것이므로 악덕업주 비난으로 확대해석하지 않고 광고 그대로 본다면, 이 광고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심기를 건드릴 만한 요소는 없습니다.

오히려 이 광고를 통해 최저임금이 얼마인지, 아르바이트생도 야간수당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는지 알게 됐다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여러 매체의 뉴스와 뉴스에 달린 수많은 댓글을 보면서 이번 알바몬 광고가 어쩌면 공공의 이익을 위해, 다수의 알 권리를 위해 공익광고협의회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한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노동시장에 누구나 알아야 할 상식

광고를 보고 뿔난, 그래서 인터넷이라는 열린 공간에 자기들의 화를 분출할 카페를 개설한 사람들에게 혜리가 출연한 광고들을 다시 한 번 천천히 보라고 권해 봅니다.

법에 명시된 최저 임금이 얼마인지, 야근을 하면 1.5배를 지급받아야 하는지 알아야 하는 것은 노동시장에 나온 사람들이 알아야 할 기본 상식이기에 사용자들도 지켜야 할 기본입니다. 기본을 지키지 않아 악덕업주로 묘사되는 것이 껄끄럽다면 기본을 지키면 되는 것이지요.


부끄러워해야 할 타이밍에 반성은커녕 화를 내는 것이야말로 갑질의 시작이라는 것을 몇 번의 갑질 사건들로 많은 사람들이 학습했습니다. 반성하는 기미는 있으나 변화가 없을 때 사람들은 지치고 포기하기 시작합니다.

알바몬 광고를 보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고, 사장몬을 만들어 쓸 데 없는 논란을 일으킬 시간에 반성몬이나 만들어 그간의 잘못된 관행이나 고쳐나가시길 바랍니다.

글_정진영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