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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가구로 스웨덴을 팔다

정진영 전문기자

2015.01.02

조회수 17687

자라면 키우고

분위기에 따라 바꾸고 늘리면 되죠.


놀이가 수납이 되고 낙서는 작품이 되도록
할 수 있어요. 이케아니까.


행복은 어디서 살까요, 이케아, 12월 18일 오픈.

이케아 코리아 홈페이지 첫 화면에는 다섯줄로 압축한 한국 진출 안내 광고가 소개돼 있습니다. 간략하고 단순한 내용에 이케아가 추구하는 디자인 방향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두 아이가 뛰어노는 30대 가족의 일상을 차분하게 보여줍니다.

넓은 실내, 밝은 조명 아래 긴 드레스를 입고 풀 메이크업을 여배우가 가구에 기대어 서 있는, 그동안 국내 가구 광고에서 익숙하게 보던 장면과 다릅니다. 좁은 실내에서 아이들이 놀고, 수납과 낙서를 해결하는 장면으로 이케아는 공식적인 한국 진출을 시작합니다. 다른 나라에서 보여주던 세련되고 파격적인 광고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아날로그 카탈로그 홈페이지

홈페이지는 두툼한 설명서처럼 기업의 비전부터 제품 반품과 사용설명서까지 세세하게 한글로 적어두었습니다. 설명서 읽기를 게을리 하는 사람에게 차근차근 읽어주는 친절한 안내자 같다고 해야 할까요? 이케아 코리아의 홈페이지는 국내 기업에서 보여주는 화려한 디자인을 배제하고 아날로그 카탈로그처럼 편집돼 이케아에 관해 이것저것 읽어보게 만듭니다.  




1943 설립
42개국 345매장
2013 매출 279억 유로, 한화 43조원

스웨덴에서 출발해 전 세계인의 생활에 혁신적인 디자인을 선물한 이케아 그룹을 세 줄로 요약해 봅니다. 반세기를 조금 넘긴 생활제품 브랜드가 문화와 생활환경이 다른 전 세계인의 감성에 어떻게 통했을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자연을 잘 살리면서도 색감과 패턴에서 자유로운 북유럽 디자인은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세련된 멋으로 도시 생활 전반에 적용하기에 적합합니다. 그곳이 뉴욕이든, 도쿄든, 서울이든 빠르고, 쉽고, 간편하면서도 저렴하고 마감이 깔끔하다면 젊은이들에게 채택되기 쉽습니다.



12월 18일 한국에 공식 매장이 개장하게 되기 전부터 이케아 그룹의 한국 진출에 대한 언론 보도와 여론은 우호와 우려가 팽팽했습니다.

‘가구공룡’ 이케아의 진출이 국내 가구 업계에 재앙이라는 내용부터, 동해 표기 오류, 고가 가격 정책 논란, 롯데 아울렛 연결로 주변 부동산 가격이 상승했다는 보도까지. 언론이 실어 나른 다양한 이케아 소식 덕분에 관심이 없던 사람도 이케아가 어떤 회사인지 한 번 더 눈 여겨 보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스웨덴 국가대표 IKEA

이케아 광명점은 아시아에 23번째로 생기는 매장이면서 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고 합니다.

68개의 스타일별 쇼룸에 각각 100만 원 안팎의 가구가 전시되어 있고 그 안에서 직접 만져보고 앉아보고 제품을 경험할 수 있는 전시장은 한 번 들어가면 최소 1시간에서 2∽3시간이 소요된다고 하는데, 단순히 가구를 파는 것이 아니라 생활 전반에 필요한 제품을 판매하고, 심지어 스웨덴 음식과 식품까지 판매하고 있어 스칸디나비안 체험관이라 해도 될 정도입니다. 이케아 로고는 스웨덴 국기의 푸른색과 같습니다. 이케아의 모든 제품에는 ‘Design and Quality, IKEA of Sweden’라는 라벨이 붙어 있습니다.





스웨덴 엘름훌트에 있는 IKEA of Sweden AB가 직접 디자인하고 개발한다는 표시인데, 이쯤 되면 글로벌 기업 이케아가 파는 것은 가구만이 아닙니다.

스웨덴이라는 국가 이미지와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이라는 이미지까지 포함됩니다. 평소 스웨덴에 관심이 없던 사람이라도 이케아 제품을 통해 스웨덴이라는 국가 이름을 보고, 쓰고, 알게 됩니다.




스웨덴이 개방적이고 혁신적이라는 이미지는 이케아를 통해, 이케아가 합리적이고 실용적이라는 이미지는 국제 사회에서 스웨덴이 구축해온 이미지를 통해 서로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를 무대로 하는 기업 가운데 이케아처럼 국가 이름을 공식적으로 내세우는 기업이 또 있을까요? 글로벌 기업 이케아의 진출이 소비자들에게는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제품을, 국내 기업들에게는 변화와 혁신의 계기가 되기를 바래 봅니다.  

글_정진영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