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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상에 피자를 올리면 안 될까요?

유정우 에디터

2019.09.12

조회수 9123

에디터칼럼


차례상에 피자를 올리면 안 될까요?

이십대가 생각하는 추석 한가위 차례상


한민족의 큰 행사인 추석,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풍요로운 날입니다. 하지만, 명절 때문에 이혼이나 세대갈등이 많이 유발되기도 하는데요, 우리 젊은이들은 명절 문제 중 가장 큰 화두인 차례상 차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 추석에 빼놓을 수 없는 차례상
명절만 되면 가장 큰 이슈는 단연 차례상 차리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차례상은 한국의 가장 큰 명절인 추석에 조상님께 음식과 술을 올리는 제례인 ‘차례’에 사용되는 음식상입니다.


예로부터 추석이 되면 한 해의 수확을 기념하며 갖가지 음식들로 풍성하게 차례상을 올려 조상님께 바쳤고, 이런 풍습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 변형된 차례상의 등장
그런데, 최근 들어 이 차례상 차리기 전통에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차례상에 피자나 파인애플을 올리고 인증샷을 올리는가 하면, 조상님이 생전에 좋아하셨다며 담배를 올리는 사례도 각종 매체에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변형된 차례상이 논란을 일으키면서, 과연 윤리적으로 옳은지에 대해서도 다양한 찬반의견이 분분합니다.


▷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소개된, 치킨이 올라간 차례상



• 전통과 고유한 의미를 지키는 것의 중요성
차례상에 어떤 음식을 올리고 어떻게 배치하는가 하는 예법들에는 하나하나 고유한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예를 들어, 탕을 올릴 때 건더기만을 떠서 놓는 것은 조상님이 드시기 편하게 한다는 의미가 숨어있습니다. 그러나 변형된 차례상은 그런 의미들을 부정하는 것이고, 이 때문에 반대자들은 기존의 차례상과 예법을 존중하고 지켜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 정성이 없는 차례상이 과연 옳은가?
차례상은 돌아가신 조상님께 정성을 드리고 기억하기 위해 공을 들여 차렸습니다. 예로부터 설에는 떡국, 추석엔 토란국과 송편 등을 올려왔고 제례를 위한 예법 또한 갖추어져 있습니다. 또, 차례를 거행하면서 옷을 정돈하게 차려입고 정숙함을 유지합니다.
그런 엄숙한 자리에 오르는 차례상에 ‘피자’ 같은 패스트푸드를 올리는 것은 예의가 없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 기존의 차례상의 격식을 꼭 따라야 할까요?
하지만, 차례상 차리기가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차례상 간소화에 긍정적인 견해를 보이는 사람들은 시대의 변화를 고려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서정택 성균관 전례 위원장에 따르면, “애초에 조율이서나 홍동백서 같은 예법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는 신분제가 사라지고 해방 이후 차례가 경쟁하듯 치러지면서 생긴 부산물 중 하나라는 것입니다. 


▷ 뉴스에 소개된 다양한 변형된 차례상들


또, 시간이 흐르며 기존에 없었던 음식들이 생겨나고, 여러 문화가 흡수, 공존, 또는 소멸하였습니다. “구시대에 존재했던 음식만을 바탕으로 하는 기존 차례상을 고수해야 할 필요는 없으며, 차례상은 바로 이런 변화들을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 우리 세대에 남겨진 차례상의 과제
차례는 한민족의 옛 풍습이 현재까지 이어져 온, 우리 고유문화입니다. 조상님께 정성을 드리기 위해 엄격한 예법을 따라야 한다는 주장은, 전통을 계승한다는 관점에서 볼 때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와 세대 간의 갈등 또한 무시할 수 없으며, 어떤 방법이 차례의 취지에 맞는 방법일지 고민해야 합니다.


조상님이 평소 좋아하시던 음식을 차례상에 올리거나, 가족 구성원들이 동의하여 형편에 맞는 차례상을 올리는 것도 그 방법의 하나일 것입니다.
격식만을 고집하거나 음식준비로 갈등하는 차례상이 아닌, 조상님을 공경하면서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대안을 이번 한가위에 한 번 찾아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글_유정우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