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펙, 학력위주 포장보다 실력이 우선!”

이제 블라인드 채용시대

취업을 위한 입사지원서에 신체 조건이나 학력 등을 기재하지 않으며, 선입견이나 차별적 요소를 배제하고 채용하는 블라인드 채용이 대세가 되고 있습니다. 실력 중심의 채용 트렌드를 살펴봅니다.

오직 능력만 보는 블라인드 채용

입사지원서나 면접 등의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의 출신 지역이나 신체조건, 가족관계, 학력 등 편견이 개입될 수 있는 어떤 정보를 요구하지 않는 대신 직무 수행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 등을 평가하는 데 초점을 맞춘 채용 방식입니다.  

정부가 2017년 7월 5일 ‘평등한 기회·공정한 과정을 위한 블라인드 채용 추진방안’을 발표하면서 7월부터 322개 공공기관 전체가 블라인드 채용 전면 시행에 들어간 데 이어 8월부터는 149개 지방 공기업에서도 블라인드 채용이 실시됐습니다.

여기에 7월 12일에는 663개 지방 출자·출연기관을 포함한 지방 공공기관 전체에 9월부터 블라인드 채용을 확대 시행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이 발표됐습니다.   

정부는 2015년부터 공공기관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바탕을 둔 채용 제도를 도입하면서 이력서 등에 출신지와 출신 대학, 신체적 특징 등 차별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정보를 전형 과정에서 배제하도록 권고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블라인드 채용 전면 실시 방침으로 학력 및 사진 부착 금지 등은 권고가 아닌 의무사항이 됩니다. 

블라인드 채용 찬성, 반대 의견

블라인드 채용을 다양한 설문조사를 통해 찬성과 반대 의견을 들을 수 있습니다.

▷ 찬성측 : 여론 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남녀 505명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응답자의 68%가 ‘블라인드 채용에 찬성한다’고 답했습니다. 기업 인사 담당자들도 블라인드 채용 도입을 환영하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민간 기업 인사 담당자 41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2.5%가 ‘블라인드 채용 취지에 공감한다’고 대답했습니다.

이 중 80.9%는 자사에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한다는 데 찬성했습니다. 응답자의 53.6%는 ‘스펙을 보고 뽑은 지원자들이 막상 현업에서는 별다를 바가 없었다’는 이유를 꼽았습니다.

▷ 반대측 : 취업포털 인크루트에 따르면 서울시 및 해외 소재 대학교 출신자 10명 중 3명, 전체 응답자의 35%가량이 ‘블라인드 채용 취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특히 명문대생들은 블라인드 채용 제도를 반기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다수 명문대생들은 이를 ‘역차별’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블라인드 채용이 ‘지역 인재 채용 할당제’와 모순된다는 점에서 비판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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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블라인드 채용 도입 계속 증가

한국경제연구원이 209개사를 대상으로 올해 채용 계획을 설문한 결과, 62개사(약 30%)가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카카오- 첫 번째 카카오 블라인드 채용 : IT 기업 카카오 홈페이지에 하반기 채용 공고가 올라와 있었고 ‘학력·전공 무관’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2014년 ‘다음’과 합병한 카카오는 지금까지 학력·경력 등을 보고 수시 채용만 해왔습니다. 입사지원서에서 ‘스펙(신상명세)’은 완전히 가리고 대신 컴퓨터 프로그램 수행 능력을 검증하는 온·오프라인 코딩 테스트를 보기로 했습니다.

올해 초 경력 채용 때 1회만 코딩 테스트를 했었으나 이번에 3회에 걸쳐 코딩 테스트를 실시하는 것입니다.

▷ 동아쏘시오홀딩스 - 바둑학과 졸업생 선발 : 박카스 등을 만드는 동아쏘시오홀딩스도 올해 처음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했습니다. 지난 7월 공채 때 영업 직군에 대해 트럭 운전 시험을 치렀습니다.

올해는 평가자가 지원자의 운전 습관 등을 꼼꼼히 체크하였고 회사 관계자는 “학력 등을 전혀 알 수 없으니, 운전 실력이 당락을 좌우할 만큼 중요해졌다”고 말했습니다.

이 채용에서 바둑학과 졸업생이 선발된 것이 사내 화제였습니다. 이 학생은 “다른 회사에 지원했을 땐 전공 때문에 번번이 서류에서 고배를 마셨으나 이번엔 차분하게 운전한 것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 신한카드 - 디지털 패스 (Digital pass) : 신한카드는 올해 블라인드 채용 전형으로 디지털과 관련된 직무 능력만을 평가하는 ‘디지털 패스(Digital Pass)’ 전형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지원자들의 ‘디지털 사업’ 관련 아이디어를 평가하는 것입니다. 예전에 금융권 입사 지원자들은 각종 금융 관련 자격증을 따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글 박재은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