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CAMPUS & CAREER

광고를 부르는 광고구걸송 이야기

장진영 전문기자

2016.01.14

조회수 10056

▷ 엽기 개그 듀오로 변신한 노라조의 유쾌한 도전이 주목받고 있다.



가수 노라조.
한번이라도 그들의 뮤직비디오를 본 사람이라면 이름만 들어도 그들이 보여주는 키치 코드의 이미지들을 잊어버리기 어려울 것입니다.

시쳇말로 ‘약을 빨지 않고서’ 멀쩡한 정신으로는 보여주기 곤란한 표정과 댄스, 헤비메탈 창법과 고속도로 트로트 창법을 가미한 독특한 조합은 이제 누구도 따라 하지 못할 노라조의 전매특허가 되어버렸습니다.

자기복제를 스스로 인정하면서도 자신들의 복제를 쉽게 따라하지 못하게 자타공인 엽기 고수가 되어버린 노라조는 광고계마저 엽기 바이러스를 들고 스스로 전입합니다.

개그 콘셉트로 출발한 그룹이나 남성 듀오가 장기간 지속적으로 활동하기 어려운 가요계에서 2인조 엽기 밴드 노라조는 B급 코드로 2005년 데뷔 이래 정규앨범 5장, 싱글앨범 16장을 발표한 부지런한 장수 그룹입니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콘텐츠가 유통되는 인터넷 환경에서나 가능해 보이는 그들의 인기 몰이는 단순히 독특한 패션과 음악 때문만은 아닙니다.

진지함 따위는 개나 줘버려 라는 듯 작정하고 만드는 황당 엽기 콘셉트의 뮤직비디오는 묘하게 중독성이 있어서 다시 보게 되고, 그 안에 은근슬쩍 자신들이 진짜 하고 싶은 말들을 포석해 놓는 까닭에 종종 가사를 눈여겨보게 됩니다.

10년 내공의 엽기 코드 안에 진지한 메시지를 얹어 내는 솜씨가 그들만의 장수비결입니다.

스스로 만드는 광고 제안

지난해 봄, 노라조는 이른바 ‘광고구걸송’을 만들어 인터넷에 공개했습니다. 국내 소비자에게 익숙한 브랜드들을 골라 히트곡 ‘니 팔자야’를 개사한 이 노래에는 ‘맥주와 치킨이 궁합이 좋다, 피자는 도미노, …, 아 완전 효과 좋아, 광고주 좋으니 우리도 좋구나, 광고 좀 주세요.’ 등 광고주를 향해 직접 손을 내미는 가사들이 이어집니다.

40여 개의 제품을 쉴 새 없이 빠르게 보여주지만, 이미 잘 알려진 기업의 대표 상품이라 뇌리에 확확 들어옵니다.

엽기 코드의 밴드가 광고 출연 요청을 하는 광고구걸송에 자사 제품이 포함된 것이 탐탁찮은 업체도 있겠지만, 적어도 그들이 우려하는 이미지 훼손 염려는 내려놓아도 좋을 것입니다.

영리한 노라조가 과하지 않은 수위로 개그 난이도를 조절해 두었기 때문에 광고구걸송 자체에 실린 이미지들로 인해 해당 기업의 이미지가 실추될 정도는 아니니까요.

오히려 방송 매체에 30초 동안 광고하는 것보다 국내 대표 브랜드 40여 개와 함께 각 업계 대표 제품임을 나름 인증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노라조 덕분에 광고비도 들이지 않고 소비자에게 친숙한 제품으로 광고한 셈입니다.

노라조의 광고구걸송에 반응한 기업은 두 곳. 도미노 피자와 홈플러스 세계맥주 광고입니다. 40여 개 브랜드에 대시한 결과 치고는 시원찮은 성적 같지만, 장난스러운 광고구걸송을 보고 광고를 의뢰한 기업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전략은 성공입니다.

게다가 노라조는 광고구걸송으로 끝내지 않고 개그, 이슈성 숏클립, 인포테인먼트 등의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이 매주 업데이트 되는 유튜브 채널 ‘핫질’을 통해 동네가게 기부 CM송을 제작했습니다.

노라조 동네가게 CM송 헌정 프로젝트는 대기업이나 프랜차이즈가 아닌 자영업자 가운데 사연을 받아서 가게를 홍보해 주는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이벤트입니다.

가게를 홍보해 주는 뮤직비디오

강원도의 한 횟집을 시작으로 인천의 순대국집을 2탄으로 공개했는데, 이전의 장난스러움은 줄이고 동네가게를 소개하는 데 충실한 내용입니다. 물론 노라조 특유의 개그 센스는 잊지 않아 익숙하지 않은 동네가게 CM송을 끝까지 보게 만듭니다.

노라조의 노래 ‘락스타’에서도 언급하지만, 돈이 안 되는 헤비메탈에서 엽기 개그 듀오로 변신 또는 변절한 노라조는 2014년 ‘Evo7’이라는 이름의 7인조 밴드로 새 음반을 내기도 합니다.

 


2인조 노라조와 7인조 Evo7, 광고구걸송과 실제 도미노피자와 홈플러스 맥주 광고, 게다가 동네가게 광고까지. 일반적인 루트에서 벗어나도 한참 벗어나 방송 안팎을 오가며 하고 싶은 것을 해나가는 10년 내공 노라조의 광고구걸 성공사례를 눈여겨보게 됩니다.

글_장진영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