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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읽기] 광고로 본 도시의 소소한 표정들

정진영

2015.08.03

조회수 11112

현대의 도시에 사는 이상 싫든 좋든, 원하든 원치 않든, 우리 의사와 관계없이 우리는 직간접적으로 광고를 접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호흡을 의식하지 않는 순간에도 들이마시고 내뱉는 공기처럼 도시생활은 광고라는 공감각적 매체를 들이마시고 내뱉는 일상을 경험하게 합니다.

원치 않는 광고에 노출되는 순간이 많을수록 광고에 대한 태도는 부정적이거나 무신경하게 되기 마련입니다. 개성 있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응집된 자본주의 시대의 대표적인 매체로 광고를 소비하고 받아들이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광고가 재미있어서 가던 길을 멈추고 보거나, 유튜브에서 광고를 검색해 보는 것은 광고를 만드는 업계 종사자이거나 광고업을 희망사항 란에 적는 극소수의 취미일 뿐 대다수가 짜증과 불편과 불쾌함을 유발하는 쓰레기 같은 공해 매체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 훨씬 타당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헌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사람이 많이 사는 도시일수록 광고는 더욱 기발하게, 더욱 확실하게, 더욱 교묘하게 발달하여 소비자들을 공략하게 됩니다. 그래야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겠지요.


 

점점 다양해지는 광고의 종류, 매체, 표현기법

천만 명이 이천 만 개의 눈으로 보고 듣는 서울에서 도심에 다가갈수록 광고의 종류가 다양해지는 것도, 광고 매체가 다양해지는 것도, 표현 기법이 다양해지는 것도 어쩌면 모두 다 너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넘치는 광고에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은 도시에서 광고는 더 세련돼지고, 더 공격적이고, 더 풍부해지지 않으면 안 됩니다.

경쟁이 치열한 배틀에서 뇌리에 각인되기는커녕 시선을 받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기에, 사람들의 관심과 흥미를 쫓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그러나 분명 공통으로 내재해 있던 새로운 관심과 흥미를 유발해 내기 위해 분투하게 될 것입니다.


현대 건축물의 세부 풍경을 결정짓는 요소로 광고를 든다면 지나치게 광고에 편중해 사물을 보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대도시의 저마다 다른 개성 있는 표정은 나라마다 다른 분위기의 광고가 일부분을 담당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건축물의 스타일이라야 서구에서 발달해온 것을 그대로 이식했기 때문에 도시라는 것 자체가 이미 국경의 차이를 무너뜨리는 형식입니다.

같은 형식에 내부 콘텐츠나 표면 처리 또는 외부 장식의 방식에서 차이를 보일 뿐이라면 결국 시각 차이를 드러내는 콘텐츠로서의 광고가 도시의 표정을 결정짓는 요소로 작동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광고가 보여주는 서울의 표정은 어떤가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는 어김없이 거대한 영상물이 끊임없이 변경되고, 뉴스가 자막으로 흐릅니다. 빨리 읽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독자를 압박합니다.

뉴욕거리를 스케치한 영화나 다큐멘터리가 부럽지 않게 영상광고가 도심 곳곳을 장악한지 오래입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눈여겨 읽어볼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짧은 시간 안에 수많은 정보가 흐릅니다.

그런가하면 건물의 원래 형태가 어떤 모양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건물 꼭대기에 건물만큼이나 큰 옥외광고판이 설치돼 있는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건물임대료의 큰 부분을 옥외광고가 담당할 것 같은 그런 건물들을 보면 원래 건물의 용도는 기억에 남지 않고 어느 사거리의 어느 위치에서 보이는 옥외광고의 이미지만 잔상으로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광고에 사로잡힌 도시 건축물들

주객이 전도된 건축물과 광고판이 주요 도로의 코너들을 정복해 버린 지 오래입니다. 그래서 그 거리가 어디인지, 어떤 동네인지 기억해내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건물과 옥외광고의 반복만이 기억될 뿐입니다.?

프랑스의 파리나 이탈리아의 피렌체 같은 도시는 오래된 건축물을 보호하고 문화유적을 잘 관리해 도시 풍경 자체가 전 세계인을 불러 모으는 관광자원인 곳들입니다.

수백 년 된 건축물과 문화재들이 도시 경제의 중추를 담당하는 만큼 도시 외관을 관리하고 유지해 자기들만의 도시 풍경을 잘 가꾸고 있습니다.

도시 풍경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약속이라도 한 듯 광고는 소소한 부분으로, 과하지 않게 도시 풍경의 액세서리 같은 역할을 할 뿐입니다. 거기 잠깐 있다가 비켜설 수 있다는 듯 공격적이거나 전투적이지 않게 작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뿐입니다.?

광고는 도시의 표정입니다. 서울을 찾는 사람들에게, 혹은 서울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서울의 광고는 어떤 표정인가요?

천만 시민이 호흡하는 거대 도시 서울의 표정이 어쩌면 좋을지 광고를 만드는 사람들이 더 세심하게 고민하고, 광고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더 예민하게 소통하는 매체가 되면 서울의 풍경이, 도시 곳곳의 표정이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글_정진영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