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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읽기] 광고제작자가 가져야할 교훈

정진영 전문기자

2015.08.24

조회수 11168



다음은 2014년 미국온라인뉴스협회에서 발표한 ‘모바일 저널리즘을 위한 9가지 교훈’입니다.

1. 당신의 독자/시청자가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
뉴욕타임즈 구독자 중 만 35세 이하 구독자 90%가 모바일을 통해 뉴욕타임즈를 소비한다.
2. 독자/시청자를 분석하라.
버즈피드 모바일 접속률이 가장 높은 시간은 저녁 9시이다. 버즈피드 독자는 아침형 인간이 아니다.
3. 충실한 팬을 찾아라.
뉴욕타임즈가 제공하는 두 개 이상의 플랫폼을 이용하는 독자들이 앱과 웹에서 두 배 참여한다.
4. 소셜 aleldlj는 모바일 트래픽을 선물한다.
5. 기자를 모바일에 집중하게 하라.
6. 첫 화면은 중요하지 않다. CNN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동영상들은 홈페이지 첫 화면에 등장하지 않았다.
7. 기자의 페이스북/트위터 성과가 중요하다.
8. 모바일 기술에 투자하라.
9. 모바일이 전부다. 모바일을 먼저 생각하고 모바일만 생각하는 뉴스를 만드는 일을 뒤로 미뤄서는 안 된다.



온라인뉴스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아홉 가지 교훈을 광고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그대로 적용해도 괜찮은 내용입니다.

어쩌면 너무 당연한 말들만 적혀 있는 탓에 저 정도 말이 교훈이라는 간판을 붙여가며 미국온라인뉴스협회 공식 컨퍼런스에서 발표할 정도인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이번 달에 소개할 광고를 찬찬히 여러 차례 보면서, 광고를 만드는 사람들이 너무 당연해서 놓치기 쉬운 명제들을 눈에 잘 띄는 곳에 붙여두고 작업과정에서 재검토해 보는 습관을 기르는 건 어떨까? 권하게 됩니다.  


여기, 한 편의 광고가 있습니다. 방송작가이자 예능 엔터테이너로 활동하는 유병재와 프로야구 치어리더로 활동하는 박기량이 출연해 텔레비전은 물론 버스, 지하철, 버스정류장 등 다양한 옥외광고를 만든 모텔 앱 ‘여기 어때’ 광고입니다.

망하는 광고의 이유에는?

터놓고 성을 주제로 이야기하는 팟캐스트 방송으로 인기를 얻고, 1년 만에 가입 점포수 1위를 달성하는 등 해당 업계에서는 눈에 띄는 성과를 내는 기업입니다. ‘여기 어때’의 홍보 블로그에는 자사 광고에 얽힌 이야기들을 연재합니다.

그중에서 자칭 ‘폭망한 이벤트 광고’와 여성의 이름을 사용해 만든 ‘○○이가 땡긴다’시리즈가 이름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는 ‘꿀잼 광고’라고 자평해둔 글이 눈에 띕니다.



모텔 정보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 광고에서 여성의 이름을 다수 사용하며 ‘○○이가 땡긴다’고 하는 카피를 쓴 것은 아홉 가지 교훈 가운데 첫 번째 항목, -당신의 독자/시청자가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와 두 번째 항목, -독자/시청자를 분석하라-와 세 번째 항목, -충실한 팬을 찾아라-를 고려하지 않은 결과입니다.

물론 광고를 만든 본래 의도가 노이즈 마케팅이었다고 한다면 꽤 성공적이었겠지만, 광고를 보는 여성들이 어떻게 수용할까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고 판단됩니다.

광고 보는 사람 마음 살펴주길

굳이 페미니즘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남녀노소 다중이 이용하는 대중매체와 대중교통 광고에서 거부감 없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광고 제작자들 스스로 가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광고는 최초의 광고를 그대로 게재했다가 지하철 역사 등에서 민원이 발생하자 뒤늦게 내용을 수정해야 했습니다.


광고 표현을 어디까지 허용할지 법이 정해둔 기준보다 수용하는 사람들의 심리적 기준이 더 높게 적용된 사례입니다. 

광고는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수용될 것인가의 문제도 중요합니다. 광고는 대중과의 소통을 전제로, 대중에게 수용되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지는 콘텐츠입니다.


수용 범위를 민감하게 분석하지 않고 그저 어떻게든 알리고야 말겠다는 태도로 만드는 순간, 민원에 의해 수술대에 오르게 됩니다.

광고, 보는 사람 입장 고려

‘폭망한 이벤트’로 준비한 선물을 받아가지 않는 고객들에게 다시 한 번 선물을 줄 테니 이벤트에 참여해달라고 읍소하게 됩니다.


세상에는 별의 별 광고가 많지만, 모텔 앱 광고를 버스와 지하철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세상은 제 생각보다 빨리 변하고, 광고 역시 제 생각보다 훨씬 더 빨리 변하지만 말입니다.

모텔 앱도 광고하는 세상. 기왕 만들 광고라면 광고를 보는 사람들의 마음도 한 번 살펴주시길! 눈살을 찌푸리지 않도록 도와주시길!

글 정진영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