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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칼럼] ‘고나리’를 아시나요?

박소영 에디터

2015.10.07

조회수 10941

‘고나리’를 아시나요?


남들 기준 맞춰 사는 관리의 시대

삶이 좀 행복해졌습니까?

 


‘고나리’란 말 들어보셨나요? 

고나리는 ‘관리’라는 단어를 컴퓨터 자판에서 잘못 입력한 오타인데, 인터넷상에서 요즘 ‘보여주기 위한 관리’를 비꼬아서 쓰는 단어이자 유행어가 되었습니다. 

고나리의 예를 들자면 “넌 살만 빼면 참 예쁘겠어. 살 좀 빼”라는 체형에 관한 고나리, “눈만 찝어~”라는 성형수술에 대한 고나리 등 선의를 가장한 참견을 고나리로 보는 것입니다. 

 

남 일 참견 ‘오지라퍼’ 시대

남들에게 ‘고나리’ 하는 사람들, 흔히 말하는 ‘오지라퍼’들은 “상대방이 더 좋게 되라고 하는 관심의 말인데 뭐 어때?”라는 자기중심적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 살면서 그런 고나리족들 때문에 한두 번쯤 두통을 앓아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사실 외모에 대한 고나리는 그나마 한 귀로 듣고 흘릴 수 있는 편에 속합니다. 결혼이나 돌잔치 등 경조사에 대해서도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는 여기가 좋은데 왜 거기서 하니?”, “신혼집은 몇 평이니? 얼마 줬니? 대출 얼마 끼고 산거야?” 등등 같이 살 사람도 아닌 주위 사람들은 고나리를 꼭 한마디씩 늘여놓습니다. 

 

어느새 고나리가 너무도 흔한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여 첨단시대에 살며 삶이 나아졌다지만 여전히 고나리는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가전제품 등의 발달로 생활은 편해졌을지 몰라도 더 바빠진 사회인들은 점점 더 늘어나는 고나리를 들어가며 살아야 합니다. 

 

과연 고나리하는 것이 현대 사회인에게 필요한 것이며, 진정으로 상대방을 위한 관심의 표현일까요?

 

보여주기 위한 관리의 시대

추석과 같은 명절날 가족들이 다 함께 모인 날을 1년에도 몇 번씩 맞이해야 하는 우리나라에는 ‘고나리의 시즌’을 잘 견뎌내야 합니다. 10대 때는 “몇 등이나 하니? 공부 잘하고 있니?”며 일가친척들의 고나리를 거쳐야 합니다. 

 

취업하기 어려운 시대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취준생 20대들에게는 “취업은 언제 할거니? 어서 해야지”라며 압박을 주고, 취업을 한 20~30대들에게는 “너 결혼은 언제 할 거니?”라며 어련히 알아서 할 결혼마저 고나리를 놓습니다. 

 

그마저도 결혼까지 한다하더라도 “애는 언제 낳을 거니? 노산은 좋지 않아. 어서 애 낳아야지”라며 부부들의 자녀계획까지 침범합니다. 여기서 더 한 것은 애를 낳는다 하더라도 “둘째는 언제 낳을 거니? 외동은 좋지 않아. 외로워”라며 끊임없는 고나리를 놓습니다. 

 

가족이건 남이건 고나리를 그토록 해주는 덕분에 혹여 내가 남들에 비해 뒤처지고 있나 싶고 자신감이 떨어지기 시작하며, 그 때부터 사람들의 눈치를 보기 시작합니다. 고니라에 집착하게 되면 이때부터는 자신이 계획하던 큰 그림을 볼 수가 없게 됩니다. 

 

남들의 시선에 맞춰 사는 세상 

사람들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다 보니 정작 자신의 행복과는 무관한 먼 거리에 있는 남들의 만족에 부응하기 위하여 모든 것을 계획하고 행동하게 됩니다. 

 

혼자 밥 먹고 혼자 강의 듣는 것이 더 행복한 사람, 그리고 책상에 앉아 일하는 회사원보다는 몸으로 하는 노동의 직업에 만족도가 더 높은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사람들의 꿈은 저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저 또한 초등학생 꿈 적는 칸에 슈퍼마켓 주인, 카페주인을 적었다가 ‘이런 거 할 거면 초등학교 자퇴하라!’며 어른들이 억지로 선생님으로 바꿔 적게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린아이가 자주 만나는 사람으로는 문방구 주인입니다. 슈퍼마켓 아주머니들로 자기가 갖고 싶은 물건들을 잔뜩 갖고 있는 그 사람들이 훨씬 어린아이들의 눈에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는데 말이죠.

 

혹시 ‘고나리’ 하고 있진 않나요?

어른들의 고나리는 어린아이부터 시작하여 결혼하고 나서도 멈추지 않습니다. 그것들이 결국 끊임없이 경쟁심을 유도하고 사람들을 더 치열하게 만들고 그렇게 세상을 각박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자신의 삶들이 왜 남의 기준에 맞춰줘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우리는 혹시 자신도 모르게 남들에게 ‘고나리’하고 있진 않나요? 누군가에게 고나리를 듣고 있다면 귀를 막으세요. 그저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세요. 

 

우린 알고 있잖아요. 고나리 없이도 우리는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다는 것을요. 

 

글_박소영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