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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칼럼] 역사 영화 속에 진실과 허구의 사이

이현정 에디터

2015.11.04

조회수 11508

역사 영화 속에 진실과 허구의 사이

잊혀진 역사의
재조명일까?
게으른 왜곡일까?


팩션이란 ‘Fact’와 ‘Fiction’의 합성어입니다.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만든 드라마나 영화에서 역사적인 사실과 어느 정도의 상상력, 허구성이 가미된 작품을 뜻합니다. 대표적인 작품들로는 ‘명량’, ‘광해’, ‘기황후’, ‘국제시장’ 등에서 최근의 ‘연평해전’, ‘사도’까지 다양하며, 다수가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팩션영화 흥행성공 이유는 바로 애국심?

팩션 영화는 사람들 관심 속에서 잊혀진 우리 역사를 들춰내 다시 조명하고 재해석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많은 관객들이 팩션 작품을 찾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입니다. 

팩션 영화가 긍정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가장 문제는 이 픽션의 허용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아무도 정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가치판단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고 정보습득에 대한 분별력이 뚜렷하지 않은 청소년들에겐 왜곡된 역사인식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특히 진짜 역사와 전혀 다르게 표현되었을 경우 역사왜곡 의혹을 받게 되어 소송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다수의 제작사는 ‘이 작품은 사실만을 그려내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그저 영화일 뿐’이라는 식으로 대응하게 됩니다. 그러나 작가들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소설을 소재로 쓰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인 사건을 소재로 쓰는 것이라면 적어도 국민들과 관객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전달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명량과 연평해전이 남긴 것은?

영화 ‘명량’과 ‘연평해전’은 관람객 평점 8점 이상을 받았던 흥행작입니다. 이 두 작품의 공통점은 팩션임과 동시에 더 극적인 효과를 위해 특정인물을 실제 역사 속 인물과 다르게 표현했다는 점입니다.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을 암살하려 했으며 거북선을 불에 태우는 등의 음모를 꾸미는 역의 배설장군은 실제 역사에서 명량해전 전에 병가를 내고 탈영하여 수배를 받다 훗날 권율 장군에게 잡혀 참수 당하는 인물로 기록돼 있습니다.

‘난중일기’에 의하면 그는 병가 중에도 적의 동태를 감시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보아 영화에서 그려진 것처럼 이순신장군을 해하려던 인물은 아니었습니다.

연평해전에서는 실제 남자인 ‘최 대위’는 여자로 성별이 바뀌어 출연합니다. 또, 월드컵과 맞물려서 마치 대통령이 병사들을 외면한 것처럼 극적으로 표현하는 등 영화를 더 감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더 과장하거나 사실과 다르게 표현한 경우입니다.
 
팩트보다 픽선이 강한 기황후와 국제시장

공녀로 끌려가 원나라의 황후가 되었던 ‘기황후’ 그리고 한국전쟁 이후 격변의 시대를 관통하며 살아온 우리들의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 ‘국제시장’은 각각 28.7%의 시청률과 역대 2위의 관객 수를 자랑하는 흥행작이었습니다.

역사적으로 ‘기황후’는 순제의 총애를 받으며 왕실재정을 장악하긴 했지만, 당시 원나라의 지배 아래 놓였던 고려기에 자신의 가족들에게 막대한 권력을 쥐어주기 위해 고려를 핍박하는 등 고려를 병들게 했던 인물입니다.

영화 국제시장의 경우 ‘경제성장’이라는 좋은 면만 보여주고 뒤에 가려진 ‘인간답지 못했던 우리 노동자의 삶’은 제대로 담겨있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팩션은 사실과 허구의 비율에 따라 엄청난 위험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영화나 드라마를 만들 때 픽션이란 장치는 반드시 필요한 필수요소가 됩니다.

영화 광해와 사도 속에 픽션의 장치들

영화 ‘광해’와 ‘사도’ 역시 영화 전문가들과 관람객들에게 좋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광해’에서는 ‘15일간 광해군의 대역을 했던 남자’라는 설정이 나오지만 모두들 인지할 수 있는 정도의 픽션이었으며, 실제 역사 속에 담겨 있는 광해군의 모습과 다른 역사왜곡은 따로 없었습니다.

‘사도’에서는 임오화변이 일어난 8일간의 시간을 담고 있으며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해 비뚤어진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그리고 있습니다.

픽션이 팩트를 뒷받침할 때, 빛나는 팩션영화

팩션이 다른 장르에 비해 높은 흥행요소를 가지고 있지만 ‘역사’라는 소재에서 대중들은 많은 신뢰를 가지기 때문에 영화 ‘사도’와 ‘광해’처럼 인물들의 역사적인 다양한 측면을 담아야합니다.

그 과정 속에 약간의 픽션은 오히려 더 좋은 효과를 주겠지만 앞서 ‘국제시장’과 ‘연평해전’, ‘기황후’처럼 실존인물에 대한 정보를 지나치게 왜곡하거나 편협한 시각으로 기울면 안 됩니다. 좋은 역사영화란 관객들에게 하나의 시각으로 세뇌시키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이 역사를 보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는 좋은 팩션 작품들이 많이 제작되어 국민들이 자신의 역사를 사랑하고 자신의 역사를 바로 볼 줄 아는 눈을 가지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글_이현정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