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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읽기] 자동차 없는 자동차 광고 보셨나요?

정진영 전문기자

2015.07.01

조회수 11517

▶ 성공적인 캠페인이란 이렇게 직접적인 호소 없이 전할 말을 다 전하는 것이 아닐까?

자동차없는 자동차 광고들.





자동차가 등장하지 않은 자동차 광고들입니다. 이미 세계적인 인지도를 확보한 덕분일까요? 작게 그려진 엠블럼만으로도 어느 회사 광고인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작지만 회사를 대표하는 이미지이기 때문에 자동차 기업들은 때로 엠블럼을 디자인하게 된 배경이나 마크 안에 담긴 의미까지 홍보하기도 합니다.

제품 홍보를 위해 제작한 로고까지 홍보하는 것은, 전 세계에 비슷한 기능의 비슷한 종류의 상품을 판매하는 자동차 산업의 특성 상 타사와의 차별화를 위한 중요한 작업입니다.

정형화된 자동차 양식에 브랜드만의 개성을 담아내기란 어려운 일이기에 엠블럼은 제품 이미지 확립에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엠블럼 제품 이미지 확립에 중요한 요소

언어와 문화가 다른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언어에 의존하지 않고 순수 시각 정보로 브랜드를 알리는 데 ‘엠블럼’만한 것도 없습니다.

상표가 제품 상태를 증명해줄 수는 없지만, 상표가 제품에 대한 신뢰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는 있기에 사진 한 장에 엠블럼만 붙여도 자동차를 광고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자동차야말로 이미지 광고에 적격입니다. 

우리나라 현대자동차의 엠블럼은 바깥 원이 현대를 상징하고 H가 두 사람이 손을 맞잡은 것을 형상화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마주 잡은 두 사람은 노사화합을 상징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지만 그보다는 기업의 영문 첫 글자를 흘림체로 적은 것이라는 설명에 더 수긍하게 됩니다.


제품 사진을 사용하지 않고 엠블럼만 등장하는 광고를 보면 자동차 엠블럼의 개성 있는 디자인과 효과가 더 두드러지게 드러나 보입니다.

독일에서 출발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명차들의 엠블럼은 보는 재미 외에도 엠블럼에 담긴 이야기를 알게 되는 흥미도 줍니다. 100년이 넘도록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독일 자동차 벤츠는 엠블럼에 숨은 이야기가 더해져 차갑고 딱딱한 이미지를 완화한 경우에 해당됩니다. 다임러와 벤츠가 합쳐진 이 회사는 한때 다임러-벤츠로 불렸지만, 스페인어로 우아함을 뜻하는 메르세데스-벤츠로 불립니다.


메르세데스는 오스트리아의 다임러 판매 대리인이던 에밀 옐리네크의 딸 이름이기도 합니다. 메르세데스라는 여성의 이름은 다임러가 육지, 바다, 하늘에서 최고가 되고자 한 열망을 담았다고 전해지는 ‘세 꼭지 별’ 모양의 엠블럼과 함께 부드럽고도 강한 벤츠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기여합니다.



BMW는 비행기 엔진을 제작하던 회사가 만든 자동차임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엠블럼입니다. 파란색과 흰색이 들어가고 검정원에 ‘BMW’라고 쓰인 것입니다. 1929년 만들어진 로고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이 돋보이는 브랜드입니다.

BMW 공장이 위치한 독일 바이에른주의 표식에서 따온 것이라는 설도 있습니다만 파란색과 흰색의 조화가 역시 하늘과 구름 위를 나는 비행기 프로펠러를 연상하게 합니다.


유쾌한 시각 자극을 주는 광고들 
  
폭스바겐의 중고차 광고는 자동차가 없는 자동차 광고들 가운데서도 가장 눈에 띄는 광고입니다. 모래시계를 통과하지 못하는 자갈돌들처럼 폭스바겐의 차들은 시간이 가도 튼튼한 차라는 것을 말해 줍니다.

모래시계를 활용한 르노자동차가 빠른 속도의 성능을 강조하기 위해 모래시계가 다 떨어지기 전에 파리에서 피사까지 간다는 과장된 유쾌함으로 접근하는 데 비해, 모래시계에 모래 대신 단단한 자갈을 넣어 새로운 발상으로 강조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잘 담아냈습니다.


 

시각적 새로움을 기준으로 보면 볼보의 백설 공주도 잘 만든 광고입니다. 백설 공주가 히치하이킹을 하고 있는 장면은 흐릿하게 써둔 짧은 카피마저 눈 여겨 보게 합니다. 일본 도요타 자동차의 광고는 등대와 달력 숫자를 심플하게 구성하여 군더더기 없이 엠블럼이 한 눈에 보이도록 해두었습니다.


발상의 전환 그리고 절제의 효과

광고를 만드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적고 싶은 카피가 없지 않았을 텐데 절제의 효과를 잘 살렸습니다. 포드사의 시리즈 광고도 단순한 발상을 심플하게 잘 담아냈습니다. 거리 이름이 적힌 티셔츠를 입은 남자의 사진들 아래 포드의 엠블럼이 잘 보입니다. 아메리칸 캐주얼과 포드의 서체가 잘 어울리는 편안한 광고입니다.  


벤츠의 스마트 카와 람보르기니 광고 역시 시각적 즐거움을 잃지 않으면서도 광고에서 강조하고 싶은 바를 유감없이 담아냅니다. 연비가 뛰어난 스마트 카의 성능을 다른 자동차와 비교하는 장면은 직접적으로 자동차를 보여주지 않아도 어떤 장점이 있는 자동차인지 금세 알 수 있습니다.

람보르기니는 이탈리아의 감성과 디자인 센스가 하루아침에 형성된 것이 아니라, 중세의 건축물에서부터 이어져 내려온 감각이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이들 자동차 없는 자동차 광고들은 신선한 시각 자극과 심플한 화면구성으로 자동차 디자인의 꽃인 엠블럼을 잘 드러나 보이도록 해줍니다. 성공적인 캠페인이란 이렇게 직접적인 호소 없이 전할 말을 다 전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글_정진영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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