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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회비에 대한 명암

심재한 에디터

2015.04.28

조회수 10910

학생회비에 대한 명암

당신의 학생회비는 제대로 쓰이고 있나요?

요즘 캠퍼스엔 새내기들의 질문이 부쩍 늘었습니다. “선배, 학생회비 꼭 내야 되나요?” 학생회비가 무엇인지, 어디에 쓰이는지 설명해줘도 여전히 내고 싶지 않는 눈치입니다. 그래서 애증, 명암이 된 학생회비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학생회비 불신] 요즘 자주 야기되고 있는 대학가 문제 중 하나가 학생회비입니다. 학생회는 같은 학년 동기들이 전부 참여하고 있는 SNS 대화방에 학생회비 미납자 명단을 공개하고 자신들이 만만하냐고, 내지 않으면 학교생활이 피곤해 질 것이라는 협박을 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어떤 대학에선 학생회장 개인이 학생회비를 개인 생활비로 사용했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필자는 충남대학교에 재학 중입니다. 국립 대학교라 한 학기 등록금이 160만원 남짓입니다. 여기에 국가장학금을 지원받으면 학비에 대한 부담이 고등학교 때보다 적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만족감을 느끼고 있던 1학년 초에 학생회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직 학생회비를 안 냈다고. 분명 입학 전 총 학생회비를 포함해서 등록금 납부를 마치고 영수증까지 확인했는데 내야할 돈이 남아 있었던 것일까? 그래서 검색도 해보고, 아는 선배들에게 물어본 결과 학생회비는 자율적으로 납부하는 학생회 자치운영비용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말하자면 학부나 학과의 학생회가 신입생 O.T나 M.T 같은 행사를 진행할 때 쓰는 공금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필자는 이러한 돈이 왜 학교 차원에서 납부하라고 하지 않고, 학생회에서 자체적으로 납부를 요구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왜 내는거예요?] 친한 선배들의 말을 들어보니 학생회비는 학생회에서 자체적으로 관리하고 사용하는데, 규제나 관리체계가 미약하다보니 때론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합니다. 또 과 행사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도 있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반드시 납부하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회는 회비를 강요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학생회비가 없다면 당연히 대학의 자치활동은 불가능하고 학생회가 펼치는 다양한 행사를 치루지 못할 것이란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학생회비를 납부하지 않으면 체육대회나 해오름식과 같은 단과대학 행사 참여에 제한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강의가 시작하기 전 학생회 선배들이 강의실로 찾아와서 학생회비를 내지 않은 학생 이름을 공개적으로 호명하며 “원활한 학생회 운영과 학교생활을 위해 얼른 내줬으면 좋겠다”고 협박아닌 협박을 하기도 합니다.
 
[학생회비는 뜨거운 감자] 이런 현실이 바로 학생회비가 뜨거운 감자가 된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 명암을 가진 학생회비를 긍정적으로 해결하려는 대학도 눈에 띕니다. 경일대처럼 학생회에서 직접 학생회비를 걷지 않고, 매 학기마다 학교 차원에서 걷고 사용내역을 고지하여 학생회의 투명한 운영을 하도록 하는 대학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학생회비에 대한 대학생들의 불신을 없애려고 노력하는 학생회들도 많습니다. 실제로 학생회비 납부가 얼마 되지 않아 각종 행사 준비에 차질이 생길 것 같다는 판단에 밤낮으로 계획서를 만들어서 대학본부에 제출하고, 추가 예산을 요청하며 노력하는 학생회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디어 3가지] 그래서 필자는 학교와 학생회 스스로 학생회비의 목적을 명확히 하고, 학생들에게 학생회비의 타당성과 필요성을 정확하게 규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방법으로 몇 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해 보고자 합니다.

첫 번째, 학교 측과 학생회에서 자체 협의를 거쳐 한 해의 행사 계획 및 소요 예산을 정리하고, 금액을 정확히 추정 계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 학생회비의 사용 내역을 학생들에게 공개하여야 합니다. 자신이 낸 학생회비가 어디에 얼마나 쓰였는지 확인하는 것은 돈을 낸 납부자의 권리입니다.

세 번째, 연말에 학생회가 아닌 학생들과 함께 한 해의 학생회비 사용내역을 정리하는 검토하는 시간을 마련해야 합니다.

[윈윈 공통분모 찾아야] 이러한 검토를 통해 다음 학기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불필요한 집행을 저지할 수 있습니다. 그로써 학생회비를 납부한 학생들의 불만을 줄이고, 학생회가 학우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학생들도 무조건 학생회를 편협한 시선으로 바라보지 말고 대학생활에 꼭 필요한 다양한 활동을 위해 학생회비를 납부하고, 그 사용에 대한 자신의 알 권리를 주장하고 효율적으로 쓰이도록 관심을 갖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학생회비는 ‘학생들을 위해 학생들이 모은’ 것인 만큼 그 의미가 소수에 의해 변질되지 않고, 합리적이고 선순환적인 방향으로 학생회비가 사용되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글_심재한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