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 PPL에서 Footage까지

2015.02.05 13:26

작성자정진영 전문기자

조회수11,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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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은 정치인들이 선거철에 흉내만 내는 민생투어가 아니라 일상을 촘촘하게 그려낸 진짜 민생투어 만화입니다. ‘미생(未生)’은 만화가 윤태호가 ‘집이나 대마가 완전히 살아있지 않은 상태’를 일컫는 바둑 용어 ‘미생마’에서 말 마(馬)자를 떼고 만든 말입니다.

바둑 유망주였던 주인공 장그래의 과거, 그리고 성공과 실패의 가도에 서있는 수많은 샐러리맨들을 상징하는 제목으로, 만화 <미생>을 출간할 당시, 출판사에서 제안한 제목은 ‘고수’였다고 합니다. 제목이 내용 전체를 압축해 보여주는 창이라고 보면 고수가 아닌 미생이었기에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과 지지를 끌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요?

드라마로 각색된 ‘미생’

드라마로 각색된 ‘미생’의 주인공 장그래(임시완 분)가 고졸 낙하산 인턴사원 임에도 불구하고 대졸 공채 인턴사원보다 창의적인 문제해결력을 보이며 2년 계약직 사원으로 살아남는 이야기는 회장님의 사생활과 실장님이 주인공인 막장 멜로드라마에 질린 시청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드라마 <미생>은 끝났지만 ‘미생 효과’는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우선 원작 만화에 대한 인기가 다시 폭발했습니다. 원작 웹툰 완간 세트는 주요 서점 판매지수에서 1위를 기록하며 200만부 판매를 넘어섰습니다.

특정 직업의 슈퍼맨을 그린 것이 아니라 직장인이 겪을 만한 생활을 소소하고 생생하게 그려낸 점에서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일상에서 흔치 않은 판타지에 가까운 영업3팀의 동료애를 통해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고 격려합니다. 워킹맘 선차장의 아이가 그린 그림은 드라마를 본 직장인들에게 오래 기억될 것 같습니다.

어린 딸이 그린 그림 속에 엄마는 얼굴이 없고, 아빠는 소파에 누워 있습니다. 어린이집에 가장 일찍 등원해서 가장 늦게 하원하는 아이를 기르는 맞벌이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의 마음을 그림 한 장으로 잔잔하고 세련되게 잘 표현했습니다.


“커피 탑니다.”, 대사 아닌 광고

드라마 <미생>에 등장한 “뭐하는 거야? 가을 타?”란 선배의 질문에 주인공 장그래가 “커피 탑니다.”라고 답하는 대사는 사실 대사가 아닙니다. 맥심 커피의 간접광고(PPL)입니다. 대사와 광고가 자연스럽게 연결된 ‘디테일의 힘’은 만화가 드라마로 제작되면서 더욱 세련돼졌습니다.

요즘 신입사원들은 복사하는 방법까지 가르쳐줘야 한다며 툴툴대는 선배의 복사용지, 수시로 마시는 믹스 커피와 숙취해소 음료, 한밤에 엄마가 끓여주는 해장라면, 해질 무렵 회사 옥상에서 마시는 맥주, 회식 때 자주 가는 닭갈비집까지.

기존 드라마의 간접광고에 비해 적지 않은 분량이 등장했음에도 눈엣가시로 여겨지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소비자들의 일상을 잘 포착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회장님과 실장님이 어설픈 실내세트에서 보여주는 물건과는 다른 이미지를 만드는 데 성공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원 소스 멀티 유즈’의 본보기

간접광고는 시각 공해라는 편견을 말끔히 덜어낸 자연스러운 간접광고는 드라마 종영 이후에도 드라마의 일부 영상을 발췌해 사용하는 ‘푸티지(Footage)’ 광고로 이어졌습니다.

SK텔레콤 광고 ‘100년의 편지- 미생 오과장편’을 비롯해, 드라마에서 오차장(이성민 분)이 심리적으로 압박을 느낄 때 회사 옥상에서 마시던 맥주는 물론이고 피부가 예전 같지 않다던 선차장(신은정 분)은 랑콤 푸티지 광고에 합류했습니다. 당분간 시청자들은 드라마의 한 장면을 통해 해당 제품들을 계속 보게 됐고, 심지어 미생들을 위한 신용카드도 출시됐습니다.

하나카드가 만든 ‘미생카드’는 사회초년생을 위한 할인혜택과 ‘미생카드’로 결제한 일시불 및 할부 금액의 0.1%를 <미생> 원작자인 윤태호 작가의 뜻에 따라 만화문화 사업 육성을 위한 후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쯤 되면 ‘원 소스 멀티 유즈’의 본보기로 들기에 <미생>을 능가할 콘텐츠가 당분간 없을 것 같습니다. 웹툰이 그저 인터넷에서 소비되는 만화를 넘어 다양한 가능성을 잠재한 새로운 무대라는 점을 재확인했다는 지점에서 드라마 미생과 광고시장에서의 미생의 성공을 축하하고 싶습니다.


글_정진영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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