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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아베크롬비 & 피치, 테크니컬 디자이너 강기향 님

장진영 기자

2015.11.04

조회수 11091




수 백번의 좌절, 그래도 일어나야 한다

아베크롬비 & 피치, 테크니컬 디자이너 강기향 님

화려하고 아름다운 패션의 세계는 한번 쯤은 다들 ‘나도 해볼까?’라는 생각을 가지게 합니다. 디자이너, 머천다이저, 에디터와 같은 다양한 패션 직종들은 소위 말하는 “멋진 타이틀"과 각종 미디아를 통해 알려진 이미지로 많은 사람들에게 환상을 가지게 하는 직종 중 하나인데요, 오늘은 국내의 많은 패션학도들도 유학을 다녀오는 FIT(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의 패션 디자인 학과 졸업생이자 글로벌 캐쥬얼 브랜드 “아베크롬비 & 피치"에서 테크니컬 디자이너로 근무하고 있는 강기향(24세)를 만나 패션 업계 취업 및 조언을 들어 보았습니다.


Q. 테크니컬 디자이너는 정확히 어떤 업무를 하나요? 디자이너와 많이 다른지 궁금합니다.
테크니컬 디자이너는 디자이너와 다르게 옷의 착용감, 실루엣, 제작과정에서 디자인 팀의 요구가 정확히 반영되고 아름다울 수 있도록 하는 엔지니어와 같은 역활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디자인 팀에서 드레스를 디자인 했는데 선택한 원단으로는 도저히 몸에 딱 달라 붙는 피팅이 나오지 않을 경우 대안책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 패턴을 바꾸기도 하고 대부분 중국이나 인도와 같은 해외 공장과 온라인을 통해 소통해야하는 만큼 정확한 지시사항을 보내는데 주력을 하고 있습니다. 디자이너들이 기본적인 옷의 디자인과 색상 등을 정하면 테크니컬 디자이너들은 그러한 디자인을 현실로 구체적으로 만들어 내고 아름다운 실루엣을 만들어내는 디자인의 마지막 공정을 하고 있죠. 비슷하면서도 다른 업무랍니다.


Q. 패션 디자인을 전공하셨는데 테크니컬 디자이너로 취업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저는 미국 뉴욕에서 4년간 패션 디자인을 전공하면서 현지 기업에서 많이 인턴을 했었는데 항상 느끼는 점이 디자인을 실컷 해놓아도 막상 샘플이 도착하면 착용감이 안좋거나 피팅이 잘 나오지 않아 실망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이 악화되면 판매 부진은 물론 재고가 많이 남게 되죠. 소비자 입장에서도 사실 마네킹에는 예뻐보여도 실제로 입으면 뚱뚱해 보이거나 몸에 잘 맞지 않아 안사게 되는 옷이 많잖아요. 이러한 불편함을 해소하는 것이 테크니컬 디자이너의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디자이너 이상으로 훨씬 더 많은 옷에 대한 지식과 기지가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패션 업계에서 점점 자라나는 직업군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으며 꼭 있어야 하는 존재인 만큼 도전해 보고 싶었습니다.


Q. 아베크롬비 & 피치는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글로벌 브랜드인데, 어떻게 취업 하셨나요?
미국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1년간 일을 할 수 있는 OPT비자가 나오는데요, 이 기간동안 원하는 직장에서 일을 하거나 회사가 비자 스폰서를 약속하면 H1B라는 3년 노동비자가 나옵니다. 근데 이것도 복권식이라 신청한다고 다 받는 건 아니에요. 신청하는 서류도 많고 변호사가 필요해 미국 기업에서는 사실 외국 유학생들을 반기는 편은 아닌데요, 저도 처음에 면접 볼 때는 이 부분에서 작은 회사들은 꺼려하더라구요. 그래서 법무팀이 상주하고, 외국인들이 많은 대기업을 노려 집중 공략한 것이 사실입니다. 저는 꼭 회사 분위기가 캐쥬얼하고 웃으며 일할 수 있는 곳에 가고 싶었고, 미국 회사 리뷰를 읽을 수 있는 글래스 도어(Glassdoor)와 같은 웹사이트에서 집중적으로 서칭을 했었죠. 그리고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을 잘 이해하고, 실제로 근무했던 사람들의 리뷰를 읽으며 제게 잘 맞을 것 같은 회사들을 지원했었어요. 수십군데 넣었고 면접도 많이 봤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일처리가 확실했고 기분좋았던 회사 아베크롬비 & 피치에서 연락이 와서 이렇게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본인이 취업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연봉인지, 회사 분위기인지, 인지도 인지 이런 부분을 꼼꼼히 생각해 본 다음 회사를 추려내서 집중 공략하는 것이 방법이라면 방법이겠네요.


Q. 취업 당시 가장 도움이 되었던 스펙은?
아베크롬비 & 피치 뿐만 아니라 각종 패션 기업에서도 잡 오퍼가 있었는데, 공통적으로 도움이 된 스펙은 공모전이나 학점이 아닌 실제 업무를 해본 경력이었어요. 학교 다니면서 인턴쉽이나 프리랜서 디자이너를 한다고 당시엔 정말 정말 힘들었고 포기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입장 바꾸어 놓고 생각해도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보단 경력이나 자신이 원하는 걸 정확히 아는 지원자를 뽑고 싶어 할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꾹 참고 했었는데 졸업 하고 나서 면접을 보러다니며 내가 이러한 회사에서 이러한 업무를 해봤고, 이 회사에서는 이러한 경력을 바탕으로 프리랜서로 취업 되었다, 그리고 경험을 바탕으로 당신의 회사에 취업을 지원한 것이다. 라는 이야기나 솔직한 기대치를 보여주니 회사에서 아주 마음에 들어 하셨던 것 같아요. 저는 사탕발린 말 보단 경력과 진솔한 대답이 중요한 것 같아요.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저는 일단 테크니컬 디자인팀 중에서도 가장 업무가 많은 여성복 아우터웨어와 수영복 팀에서 일하고 있는 만큼, 업무 전반을 확실하게 배우고 앞으로 더욱 많은 팀을 총괄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가고 싶습니다. 일단 내년에 비자가 합격되야 하지만, 합격되는 것을 전제로는 아베크롬비에서 향후 4-5년간은 꾸준히 일을 하며 업무를 확실하게 배우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희 회사 매니저들을 보면 상해, 홍콩, 서울 등을 날아다니며 공장과의 소통을 중요시 하는데 저도 언젠가 그 수준 까지 오르고 싶네요.

​글_장진영 기자

TIP. 테크니컬 디자이너 강기향씨가 전하는 해외 패션 취업 가이드
1. 현지 경력을 쌓아 보세요. 유학생이 아니라면 정부 해외 인턴 사업 등을 통한 경력은 필수이고, 유학생이라면 각 학교에 상주하는 국제 학생 어드바이저를 통해 인턴쉽을 참여해보길 바랍니다.


2. 사탕발린 말 보단 솔직한 대답과 진솔한 계획을 말해보세요. 단순히 저는 열정이 있고 열심히한다는 식의 대답보단, 이러한 회사~이러한 경험 등을 통해 현재 이 회사에 지원했다. 그 이유는 전의 회사와 비교했을 때 훨씬 큰 디자인 팀을 운영하고 있으며, 미래지향적이다. 나는 이런 회사의 분위기가 나를 열정적으로 만들고 팀워크를 상승시키는 것 같다. 이곳의 한명으로써 그러한 문화/분위기를 살려나가고 더욱 성공적인 브랜드로 성장시킬 것이다.. 등의 솔직한 대답이 면접관 분들의 관심을 끄는 것 같습니다.


3. 수 백번의 좌절, 그냥 일어나세요. 주변에 많은 유학생 친구들이 취업 실패로 인해 좌절하고 한국에 귀국하거나 포기를 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는데, 스스로에게 솔직해 지세요. 내가 정말 죽을 만큼 다 해본건지, 모자라는 부분을 아는데도 무시하는 건지… 수 백번의 좌절은 누구나 겪습니다. 취업 후에도 해고 될까, 실수 할까 걱정을 하는 건 당연하니 굳건해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