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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갑’인가요? ‘을’인가요?

작성자 김수빈 대학생 기자 2021.12.24 14:44 조회 5,572회 댓글 0건

밀란 쿤데라의 <농담>을 통한 현대의 갑질에 관한 고찰

당신은 ‘갑’인가요? ‘을’인가요?


당신은 ‘을’이 되었던 적이 있나요?

관용적으로 갑을 관계에서 갑은 상대적으로 지위가 높은 사람을, 을은 낮은 사람을 지칭하는 단어로 쓰입니다.

여기서 갑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을에게 하는 부당한 행위를 일컬어 ‘갑질’이라고 하죠.


여러 가지 갑질 양상

고객과 서비스직 종사자, 상사와 부하, 선배와 후배 등 현대 사회에서 지위 의 차이가 존재하는 관계에서는 여러 가지 갑질 양상이 나타납니다. 약 반세 기를 거슬러 올라간 소설 <농담> 속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농담> 속 인물 간 권력관계와 그에서 나타나는 강압적인 권력 남용을 현대 의 갑을 관계, 그리고 갑질이라고 정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치 수용소에서 죽은 벽돌공의 아들인 루드빅은 혁명에 동참한 첫 세대입니다. 스무 살 대학생인 그는 한 살 아래인 마르케타를 좋아합니다. 방학 때 당의 교육 연수에 참여한 그녀에게 농담을 즐기는 루드빅은 가벼운 내용을 담은 엽서를 보냅니다. 

그러나 엽서의 내용이 빌미가 되어 루드빅은 당에서 제명되고 학업도 계속 할 수 없게 됩니다. 죄과를 시인하면 끝까지 곁에 있어 주겠다는 마르케타의 제의를 거절한 루드빅은 그녀마저도 잃게 됩니다. 15년 후 루드빅은 자기를 제명한 회의의 의장이었던 제마넥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의 아내 헬레나를 유혹하는데… <농담> 줄거리


루드빅은 국가적 사상에 어긋나는 농담을 했다는 이유로 오랜 시간 몸 담아 온 공산당에서 퇴출당하고, 공동체에서 배제됩니다. 

이것은 루드빅의 삶이 파멸되는 시작이 됩니다. 


​​

▶ 밀란 쿤데라


현대 조직 안에서의 갑질

이러한 스토리에는 파벨을 포함한 공산당 권력이 루드빅의 항변을 묵살하고 결국 퇴출하는 갑질 문제가 나타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와 유사한 현 대 사회의 사례가 있습니다. 모 대기업에서 일하는 A씨는 조직장의 지속적 인 갑질을 고발했다는 이유로 조직에서 철저히 배척당했고, 그 후유증으로 자해를 시도하며 삶이 망가지기 시작합니다. 갑질이 더 심각한 갑질로 이어 진 것입니다. 


이렇듯 공동체에서 일어나는 갑질은 소위 ‘왕따’, ‘은따’라 불리는 따돌림 문 제로 이어지기도 하는데요. 소설 속 루드빅의 상황과 굉장히 유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50년 하고도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비슷한 사회적 문제가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공동체 속에서가 아닌 개인 간의 갑질도 큰 문제를 가져옵니다. 소설 속, 루드 빅은 루치에에게 지속적으로 성관계를 권유하다 어느 순간 이를 강요합니다. 루치에가 이를 거부하자 그는 신체적 폭력을 휘두르는 행동을 합니다.


남녀관계에서 발생하는 갑질 문제

물리적 힘의 차이가 있는 남녀관계에서 나타난 갑질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죠. 현대 사회에서도 성희롱과 같은 성폭력, 데이트폭력 등 남녀관계에 서 발생하는 갑질 문제가 나타납니다.(물론 남녀 모두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을의 위치에 놓인 피해자들은 이러한 일이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기도 하죠. 루치에가 이후로 루드빅을 만나지 않은 것처럼 말입니다. 위와 같은 사례들은 직장과 같은 업무상 계급이 있는 관계가 아니더라도 암묵적인 지위 차이가 존재할 수 있고, 갑질 문제가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소설 속 두 가지 유형의 갑질 사례와 현대의 유사 사례를 알아보았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루드빅은 그 갑을 관계 양쪽 모두에 존재합니다. 루드비크는 공산당 속에서 을이었고, 루치에와의 관계에서 갑이었죠. 갑질을 당 하기도 하고, 갑질을 하기도 한 루드빅은 루치에의 유린의 역사를 떠올리며 자신을 투영했지만, 루치에가 유린당한 이유 중 자신의 갑질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갑을 관계의 이중성

당신은 갑인가요? 을인가요? 마치 루드빅처럼 갑질을 당한 것은 기억하 고 갑의 권력을 휘두른 것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요? 

<농담>의 작중 년도에서 약 반세기가 지난 지금, 인권 개념이 발전해 오고 ‘인간 평등’이라는 이상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진 지금이지만, 그럼에도 불 구하고 갑을 관계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우리는 위와 같은 갑질 사례들을 알고 소설 <농담>을 이해하며, 얽히고 얽 힌 수많은 갑을 관계 속 우리는 갑인지 을인지, 혹시 내가 갑질을 하고 있 지는 않은지 등 자신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처음 문장을 조금 바꿔 서 생각해보아요. 당신은 ‘갑’이 되었던 적이 있나요? 

                            

김수빈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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